가만히 귀기울이면 도시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53호]

[공감] 지속가능한 발전을 실천하는 예술가 그룹 ‘리슨투더시티’
글 정송이 기자 사진 윤성희 기자 | ssongn@hanmail.net 이 기사를 프린트하기 이 기사를 트위터로 보내기
2011.10.12 02:49:57

 

영국 리버풀은 어떤 모습일까? 리버풀이라는 도시 중앙에는 커다란 성당이 있다. 축구의 도시답게 성당의 남쪽으로는 축구경기장이 자리잡는다. 그 외에는 시민이 이용하는 편의시설들이 조금 있고 나머지는 목초지로, 친환경도시의 모습을 한 섬이다. 이것이 진짜 리버풀의 모습일까? 리버풀에는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는 서울 시민이 그린 그림이다. 시민 자신이 살고 싶은 상상의 도시다.

 

도시는 이렇게 이미지화 되어 있다. 직접 보지 않고서는 도시의 모습과 그 이면의 진실을 알 수 없다. 인터넷으로 쉽게 취합할 수 있는 정보들은 이미 누군가에 의해 필터링된 하나의 이미지다. 도시를 지배하는 자들은 끊임없이 이미지화하고 그것으로 돈을 번다. 이런 부분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 ‘리슨투더시티(Listen to the City)'다.

 

 

33.jpg

 

 

“도시의 감춰진 진실을 드러내는 작업을 하죠.”

 

 

리슨투더시티는 박은선(기획), 권수정(도시건축), 양으뜸(디자인), 김준호(독립영화감독)로 구성된 대안 예술가 그룹이다. 건축, 예술과 관련된 계간지를 만드는 것이 그들의 주된 작업이다. 재개발, 도시문제 등을 다루는 매체가 없는 현실에서 작으나마 대안이 되고자 시작하였다고 한다. 전시회도 여러 번 기획했다. 그 첫 번째 작업에서 ‘리버풀-서울 전시’를 기획했다. 리버풀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서울 시민이 상상하여 그리는 작업, 서울에 한 번도 안 와본 리버풀 시민이 상상하여 그리는 작업을 교차 전시했다.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리버풀 시민과 서울 시민 모두 자신이 그 도시에 대해 갖고 있는 적은 정보를 중심으로 결국에는 자신이 살고 싶은 상상의 도시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이는 라깡의 ‘거울단계’를 실험적으로 보여주었다. ‘거울단계’란, 거울을 보기 전 유아는 자신의 몸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못하다가 거울을 통해 자신의 실체를 확인하고 나서야 육체가 하나의 유기체라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눈으로 확인해야 실체를 알게 된다는 의미다.

 

이런 내용을 토대로 ‘리슨투더시티’는 ‘서울 투어’를 한다. 서울의 ‘이상한 곳’을 방문하여 오감각으로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이상한 곳’은 서울을 개발한다는 논리로 훼손한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의 현장이다. 황학동, 인왕산, 광장시장 등을 코스별로 둘러보는데 그 중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녹조투어’다. 청계천 복원을 하면서 훼손된 문화재를 둘러보고 청계천의 녹조가 얼마나 많은지를 확인한다. 운이 좋으면 녹조청소를 하는 장면도 볼 수 있다. 자연 하천으로서의 ‘복원’이 아니라 인공 구조물로서의 ‘신축’을 한 청계천의 진실을 시각으로, 후각으로 느껴본다.

 

여기에는 동대문디자인파크를 둘러보는 일정도 포함된다. 동대문운동장은 근대문화유산으로서 철거 당시에 논란이 많았다. 그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철거했는데 그 밑에 또다른 문화유산이 있었다. 조선시대 군사훈련과 치안을 담당했던 하도감 터가 발견된 것이다. 그러나 그 터를 서울시는 깨끗이 밀어버렸다. “국내 최대 규모의 하도감 터였다. 시간만 더 있었다면 보존할 수 있었다. 외국에서는 이런 경우, 문화재 터 위에 기둥을 세워 2층부터 이어지는 구조물을 만든다. 문화재도 보존하고 새로운 시설물도 만들 수 있었는데 무엇 때문에 그렇게 성급하게 추진했는지 모르겠다. 서울시장 임기 내에 가시적인 사업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었다고 꼬집은 박은선 씨는 “도시의 주인 행세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강력하게 비난했다.

 

 

‘스페이스 모래’ 4대강의 아름다운 모래밭을 위하여

 

 

44.jpg

 

 

‘리슨투더시티’는 ‘불교환경연대’와 함께 지난 1월부터 기증받은 콘테이너에 대안 전시 공간을 마련하여 ‘스페이스 모래’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동의 용이성을 기반으로 두리반, 마리 등 투쟁 현장에서 4대강 관련 전시회를 개최한 바 있다. 9월 28일부터는 조계사 앞마당에서 바자회와 함께 사진가 노순택, 시인 신경림, 정용택 등의 시를 묶은 시화전이 열린다. 이 바자회에 참여한 백련화(법명)조계종포교사에 의하면 “바자회 물품을 가져다 주는 사람도, 교환하거나 사가는 사람도 많다. 지나가다가 차 한 잔 하고 가면서 4대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한다. 4대강 문제에 집중하는 이유에 대해 박씨는 말한다. “서울의 청계천 문화제를 훼손한 사람들이 결국은 4대강을 파헤치는 사람들이다. 청계천이 결국에는 오염천이 되었듯 4대강도 더렵혀질 것이다. 당장이라도 그만 둬야 한다. 구미 구간을 제외하고는 원래부터 1급수였던 강을 어떻게 더 깨끗하게 정비하겠다는 건가? 흐르게만 놔두면 되는 일이다.”

 

‘리슨투더시티’는 앞으로도 ‘이상한 일들’에 귀 기울일 생각이다. 박씨는 “강정마을 구럼비도 2009년까지는 ‘절대보존지역’이었는데 지금은 해군기지 건설로 부숴버렸다. 그러려면 ‘절대’라는 말은 왜 붙이나? ‘임시보존지역’이라든지, ‘약간보존지역’이라고 할 것이지. 언어의 오염 문제다. 이런 문제를 묵과한 시민사회로 그 영향력은 번져올 것이다. 문화재 문제도 마찬가지다. 보존의 노력이 없는 한 우리는 뿌리가 없는 나뭇가지에 매달려 사는 위태로운 삶들일 뿐”이라 일축했다. ‘리슨투더시티’에게 반정권 투쟁 자체는 중요치 않다. 문제를 보고도 움직이지 않는 양심, 침묵하는 전문가집단에 대한 경고를 가감없이 하는, 용기있는 실천이 제일 목표다.

 

명동 마리에서 전시회를 하면서 투쟁할 때 용역회사 사장이 “너희는 시위가 취미냐?”라고 묻더란다. 그래서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비합리적인 사고로 인해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는 장소에서 우리를 또 만날 수 있을 것이다.”

List of Articles

구럼비, 운다 [59호]
[화보] 구럼비 발파 시작된 제주 강정마을 현장

구럼비 해안 바위틈에는 맑은 용천수가 나온다. 조상신께 안녕을 기원할 때 쓰는 ‘할망물‘이라 부른다. 한 평화활동가는 구럼비 진입이 저지된 후에도 헤엄쳐 ...
윤성희 기자
| 2012-04-09

  • 조회 수 163
  • 추천 수 0

‘생태계를 파괴하는’ 유기농업 안 되려면 [59호]
[오래된미래] 국내 유기농업을 위해 짚어야 할 네 가지 문제

유기농업이란 화학비료, 유기합성농약 등 합성화학물질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유기물과 자연광석, 미생물 등을 이용한 한방제제, 생선 아미노산, 목초액, 현미식초...
이태근 흙살림 회장
| 2012-04-09

  • 조회 수 116
  • 추천 수 0

굶어죽는 소, 카길이 만드네 [59호]
[오래된미래] 초국적자본의 대기업농 말고 소농이 대안

3월 14일 월요일 UN 인권위원회 19차 회의가 열리는 회의장. UN 소속 NGO의 도움으로 어렵게 3분 발언기회를 얻은 한 농민의 절절한 목소리가 회의장에 울...
김혜숙 비아 캄페시나 동남-동아시아 사무국
| 2012-04-09

  • 조회 수 178
  • 추천 수 0

식량자급률을 통해서 보는 한국의 식량위기 [58호]
[오래된 미래]

이야기 하나. 굶주린 모습으로 길게 늘어선 사람들, 그리고 식량부족으로 빈번히 일어나는 폭동을 막기 위해 총을 차고 쌀창고 주위를 철통같이 경계하고 있는 군...
배기남 전 전국농민회총연합 교육국장
| 2012-03-20

  • 조회 수 227
  • 추천 수 0

변화의 씨앗은 여성농민 [57호]
[오래된 미래]

전 세계 절반의 농민이 다른 절반의 사람들을 먹여 살리고 있다. 이 가운데 대규모 기업농들은 비행기와 자동차의 연료로 만들기 위해 먹거리를 생산하고 있다. ...
김황경산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국장
| 2012-02-11

  • 조회 수 279
  • 추천 수 0

실패를 안고 땅을 일구다 [57호]
[IMF르포]

"나가 없는 살림에 삼남매 다 대학 보낸다고 동네에서 손가락질 받으면서도 버텼어. 우리 자식들은 고생시키지 않으려고. 그란데 2대 독자인 아들이 고향 와서 농...
신정임 기자
| 2012-02-11

  • 조회 수 224
  • 추천 수 0

왜 <브레인>의 신하균을 볼 수 없었나 [57호]
[미디어비평] 케이블 방송의 지상파 방송 중단과 시청자의 권리

지난 1월 16일 저녁,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근래 꽤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브레인>의 19회가 방영될 예정이던 날이었다. 아마도 월요일 저녁 친구와의 약속도...
김동원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팀장
| 2012-02-08

  • 조회 수 303
  • 추천 수 0

말하라, 나에게, 미안하다고 [56호]
[화보] 일본군 성매매 피해자 할머니들의 1천 번째 수요시위

2011년 12월 14일, 1천 번째 ‘낮은 목소리’가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울렸다. 19년 11개월 6일째,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이 시위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글 사진 윤성희
| 2012-02-08

  • 조회 수 259
  • 추천 수 0

눈물 머금은 택시로 IMF 거리를 누비다 [56호]
[IMF르포]

한국이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을 받은 지 15년이 지났다. “나라가 망했다”는 위기의식은 한국인 모두에게 공포로 다가왔다. 그로부터 15년, 한국사회는 여전...
신정임 기자
| 2012-01-16

  • 조회 수 311
  • 추천 수 0

논데 묻은 부부의 1년은 '2천만원' [55호]
[오래된 미래] 추락한 쌀, '기초농산물국가수매제'로 살려야

11월 24일 시청광장에서 쌀농사를 짓는 박흥식(50)씨를 만났다. 원래 이날은 ‘한미FTA저지,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쟁취’를 위해 전북농민대회가 예정된 날이었다....
글, 사진 류화영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 농업담당 연구원
| 2011-12-16

  • 조회 수 628
  • 추천 수 0

만원의 행복 “아이들에겐 학교를, 추방노동자에겐 희망을” [54호]
[공감] 방글라데시 꼴르노커티 지역에 희망학교 세우는 (사)이주노동희망센터

2007년 11월 27일 아침. 이주노동자노동조합(이하 이주노조)이 주최하는 ‘단속·추방 반대집회’에 참석하러 집을 나서던 까지만 이주노조 위원장, 마숨 이주노조 ...
정송이 기자 사진 (사)이주노동희망센터
| 2011-11-07

  • 조회 수 629
  • 추천 수 0

"자꾸 연애하냐고 묻지 마세요" [54호]
[여성르포6] 레즈비언 노동자의 직장에서 살아남기

직장에서 레즈비언을 만나보았다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레즈비언 또는 게이, 트랜스젠더와 같은 성소수자들도 당연히 이 땅에서 노동자로서 삶을 살아가고 ...
레이가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활동가
| 2011-11-07

  • 조회 수 660
  • 추천 수 0

농업의 재발견, '오래된 미래'와의 만남 [54호]
[오래된 미래]

편집자> 이번호부터 농업의 현재와 미래를 담는 ‘오래된 미래’ 연재를 시작한다. ‘오래된 미래’는 언어학자인 헬레나 호지가 언어 연구를 위해 인도 북부 작...
류화영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 농업담당연구원
| 2011-11-07

  • 조회 수 707
  • 추천 수 0

빼앗긴 들에서 '불복종 감자'를 [54호]
[공감] 4대강 사업의 마지막 저항지, 팔당 두물머리 지킴이들

강을 따라 단풍이 든, 두물머리로 가는 길을 죽 걷다 보면 집들 사이로 난 작은 샛길이 보인다. 그리로 들어가면 비닐하우스들 사이로 구불구불 난 길이 따라...
글 사진 윤성희 기자
| 2011-11-07

  • 조회 수 600
  • 추천 수 0

이상한 나라에서의 첫 월급은 50만원 [53호]
[여성르포5] 몽골인 토야의 한국생활 10년

토야(가명)는 30대 중반, 미혼의 몽골여성이다. 20대 중반에 한국에 와서 지금은 10년이 넘었다. 한국에 왔을 때, 처음에 스웨터제조공장에 취업했었다. 토야는 몽...
석원정 외국인이주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 소장
| 2011-10-13

  • 조회 수 669
  • 추천 수 0

가만히 귀기울이면 도시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53호]
[공감] 지속가능한 발전을 실천하는 예술가 그룹 ‘리슨투더시티’

영국 리버풀은 어떤 모습일까? 리버풀이라는 도시 중앙에는 커다란 성당이 있다. 축구의 도시답게 성당의 남쪽으로는 축구경기장이 자리잡는다. 그 외에는 시민이...
글 정송이 기자 사진 윤성희 기자
| 2011-10-12

  • 조회 수 655
  • 추천 수 0

기적을 만드는 주춧돌이 되어 주세요 [53호]
[공감] 인권센터 터를 다지기 위해 100일의 장정을 시작한 '인권재단 사람'

미술 전시회는 어렵다. 영화보기에 지친 커플이 마음먹고 가야하는 특별한 장소가 미술관이다. ‘미술관 다녀왔다’고 하면 특이한 사람, 뭔가 더 문화적인 사...
글 사진 정송이 기자
| 2011-10-12

  • 조회 수 586
  • 추천 수 0

동네를 화폭 삼아 삶을 그리다 [52호]
[공감] 공공미술집단 '거리의 미술'

청소년 나눔학교 벽화그리기 중 쉬는 시간, 왼쪽이 썬파워씨, 오른쪽이 이장우씨. 학교에서 방과 후 미술지도를 하던 썬파워(필명. 41. 거리의 미술 회원)씨에...
이호준 기자
| 2011-09-18

  • 조회 수 649
  • 추천 수 0

가사에 농사, 9만원짜리 '복숭아 알바'해도 "남편 아프고 노후 대책 없어" [52호]
[여성르포4] 당당하되 불안한 영심씨의 농사일

올 여름 장마는 유난히 길다. 지난 7월 10일, 충북 진천에는 억수같은 비가 퍼부었다. 이런 궂은 날씨에도 강영심(68, 가명)씨는 야채 보따리를 한 짐 싸서 진...
황경의 진보정치 기자
| 2011-09-16

  • 조회 수 687
  • 추천 수 0

운동권 노총각들, 국가보안법 조심하시게 [52호]
[인터뷰] 월간<민족21> 정용일 편집국장

당장 결혼준비에 박차를 가해야겠다. 내일부터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결혼 안 해주면 검찰에 기소될 운명에 처했으니 불쌍한 사람 하나 살려주는 셈 치고 ...
이호준
| 2011-09-12

  • 조회 수 661
  • 추천 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