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점 알바생의 점심시간
낮 12시다. A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는 김유정(20,가명)씨는 허리를 곧추세운다. 피크타임이다. 몰려오는 인근 직장인들을 향해 크게 외친다. “어서 오세요, A버거입니다.”
재빠르게 앞에 선 손님이 대뜸 묻는다. “ㄱ버거랑 ㄴ버거랑 맛이 어떻게 달라요? 세트는 바꿀 수 있어요?” ‘감’이 온다. 이 손님 까다롭겠다. “ㄱ버거엔 치즈가 더 들어가서요, 좀 더 느끼할 수 있으세요.” “느끼한 걸 누가 좋아해요?” 말에 마음이 톡 쏘였다. 예상은 했지만 마음이 상한다. 그래도 티를 내면 안 된다. 아니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말해야 한다. “그럼 이거로 해드릴까요?”
주문을 받으면 한 번 확인을 해준다. “ㄷ버거, 감자튀김, 아이스커피 하신 거 맞으세요?” 전화통화에 여념 없는 손님은 고개만 까닥인다. 사람이 자판기로 보이나. 애써 지어보인 웃음이 민망하다. 나중에 음식이 잘못 나왔다고 항의를 할까봐 걱정이다. 확인 안 한건 손님이라도 사과는 알바 몫이다.
다음 손님은 통 메뉴를 못 고른다. 뒷손님들이 김씨를 향해 인상을 쓴다. 초조하다. 한 번 ‘말리면’ 줄이 계속 길어진다. 최대한 빨리 처리해야 한다. 그러다 또 말에 쏘인다. “말이 왜 그렇게 빨라요? 불친절하게.” 느려도 문제다. “5900원입니다. 할인카드 있으세요? 현금영수증걖걾?“아, 다 필요 없으니까 그냥 빨리 줘요.” 그렇다고 멘트를 생략할 수도 없다. 안내를 안 해줬다고 항의가 들어오면 큰일이다. “야, 런치세트 지금 되냐? 그거 줘.” 반말과 함께 돈을 던진다. 분명 ‘맛이 강한 건데 괜찮으시냐’는 확인을 무시했던 손님이 먹다 만 햄버거를 도로 내놓는다. “이거 너무 짜서 못 먹겠으니까 바꿔줘요.” 새 햄버거를 내드린다. 재고를 다시 맞춰야겠다.
“보이는 앞에서 일부러 휴지 찢어버리고 그래도 저희는 아무 말도 못 하는 거죠. 그 때는 진짜 너무 화가 나는데 어쩔 수 없죠. 진짜 하루에 수백 번도 더 참아요 저희는.”
네 시간을 서서 일하고 30분 쉰다. 점심은 그 때 햄버거로 먹는다. 바쁜 시간을 넘긴 오후 2~3시 경이다. 그런 후 또 서서 일한다. 한 손님을 맞을 때마다 응대와 계산, 주문을 넣고 음식을 내는 업무를 반복하고 반복한다. 긴장을 놓을 수 없다. 하루 종일 서 있는 다리도, 쉬지 않고 멘트를 날리는 목도, 애써서 웃음을 만드는 입가도 피로하다. 그렇게 하루에 손님 1백여명을 맞는다. 모두에게 100% 웃어줄 수는 없다. 그래도 고객님은 용서가 없다. “좀 웃으면서 주지. 돈 드는 것도 아닌데.” 들으라는 듯 혼잣말을 하거나 대놓고 “손님한테 인상 쓴다”며 지적하는 손님도 있다. “죄송합니다.” 몇 번째 죄송한 건지 모르겠다. 속에는 또 비수가 꽂힌다.
차라리 그게 낫다고 싶을 때도 있다. 한 번은 햄버거를 잘못 드렸다. 급한 손님들이 몰렸는데 뒤늦게 할인카드를 낸 손님 때문에 계산을 재입력하느라 바빠 그만 실수를 했다. 바꿔드리고 죄송하다고 수차례 사과드렸다. 다음날 매니저에게 야단을 맞았다. ‘주문도 제대로 못 받고, 사과도 건성으로 하고, 서비스 마인드가 안 돼 있다’는 컴플레인이 본사 홈페이지 ‘고객의 소리’에 올라왔다. 그 손님이었다.
“인터넷 ‘고객의 소리’에 올라오는 컴플레인은 본사 서비스팀이 매일 확인하거든요. 그렇게 인터넷에 올라오는 컴플레인이 마음에 오래 가요. 나는 나름 최선을 다 했는데 이 사람은 더 요구하는구나.. 상처가 돼요.”
눌러둔 마음은 어떻게 풀까. 몰래 동료들과 손님 욕을 한다. 때로는 운다. 그래도 완전히 풀리진 않는다. 한 곳을 억누르면 다른 곳이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여기서 일하면 성격 바뀌어요. 조급해지고, 고객이 뭐라고 해도 맞대응을 못 하니까 쌓여서 그런지 화를 자주 내요. 욕도 늘고.” 지하철에서 누군가와 어깨를 부딪히는 등의 사소한 일로도 화가 확 난다.
보람도 있다. 손님이 그를 인정해줄 때다. “손님이 ‘되게 친절하시네요.’, ‘많이 힘드시죠?’ 진심으로 말씀해주실 때. 또 단골손님들, 주로 나이 든 분들인데 커피나 아이스크림 주로 드세요. 가끔 피곤하겠다고 사탕도 주시고, 저희한테 잘해주세요. 저희도 잘해드리고.”
김씨는 16살 때부터 패스트푸드점 알바를 했다. 4년차 고참이다. 매장에 애정도 있고, 오래 함께 일해온 친구들도 있다. 서비스도 잘 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 그래도 요즘은 직업을 바꿀 고민을 하고 있다. 서비스업은 잘 할 수는 있지만, 내키진 않는다. 감정을 잘 조절할수록 마음이 닫힌다. “감정 컨트롤을 잘 하게 돼요. 막 욕하다 손님 오면 목소리 바뀌고. 그런데 단골손님 오실 때, 친근하게 장난 걸어주시고 그럴 때만 진짜 웃고걖?그게 아니면 진짜 웃을 수가 없는 거 같아요.”
누군가는 “싼 데서 그러지 말고, 대접 받고 싶으면 비싼 데 가라”고 하지만, 김씨가 원하는 것은 좀 다르다.
“저희도 저희 입장이 나름대로 있는데, 조금만 불친절해도 ‘너희는 당연히 해야 하는 걸 안 했다’는 식으로 컴플레인 거는 거, 서비스 받는 걸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았음 좋겠어요. 저희도 항상 친절할 수는 없어요. 사람이잖아요. 무시하거나 막말, 비꼬는 말 들으면 되게 상처 받아요. 직원과 손님이 아니고, 같은 사람 대 사람으로 대했으면 좋겠어요.” 서비스 질의 문제는 가격만은 아니다. 본질은 사람에 대한 예의다.
마트 판매원의 저녁
저녁 7시, A마트 협력업체 직원인 이희숙(40대, 가명)씨는 정육코너에 서서 열심히 외친다. “어서 오세요 고객님, 뭐 찾으세요? 보고 가세요! 싸게 드려요 고객님”
어제도 매출이 나쁘다고 또 한 소리 들었다. 옆 자리에 있는 경쟁업체가 3개나 된다. 그 중 하나는 마트 PB(마트의 자체 개발 상품)상품이다. PB 냉장 국내산 돼지고기는 100g에 1750원이다. 여기는 2280원이다. 게임이 안 된다. 그래도 팀장은 매출이 안 나온다고 난리다. ‘친절’로 가격 경쟁력을 때워야 한다. 다른 코너보다 더 큰 소리로 밝게 호객을 한다. 손님이 고기를 사가게끔 열심히 ‘썰’도 푼다.
“고객님 어디 가셔도 이 가격에 못 사세요. 이게 제육볶음 하면 진짜 맛있어요.” 스무 살 손님이 야자를 트고, 엄마 손님이 아이더러 “너도 공부 안 하면 커서 저런 일 해야 해”라고 한다. 감정이 요동친다. 그래도 참는다. 사근사근히, 웃어야 팔린다.
마감세일이 임박해지면 예민해진다. 손님이 많을 때라 바쁘고, 이때 매출을 올려야 하는 부담도 무겁다. 정신없는 사이에 수상한 행동을 하는 손님도 신경 써야 한다. 도난 등으로 ‘로스(lose, 손실)가 나면 매출이 마이너스가 되니 문책이 온다. 그러다보니 손님을 불쾌하게 할 경우도 있지만 어쩔 수 없다.
“워낙 희한한 손님들이 많거든요. 마트엔.” 도둑은 늘 있는데도 마트는 직원만 잡는다. 보안요원이 매일 가방 내용물을 검사하고, CCTV도 직원들이 움직이는 동선을 잡는다. 이름을 적은 명패를 반드시 패용해야 한다. 언제나 누구에게나 신상이 드러나 있다. 직원으로 보호받기보다는 감시당한다는 부담을 지울 수 없다. 요즘은 툭하면 인터넷에 직원 실명을 거론하며 ‘그 직원 내보내라’는 컴플레인이 올라온다.
“유통업하는 분들이 매출 명목으로 손님들의 요구는 너무 들어주는 데 비해서, 직원은 인격적으로 대우해주질 않아요.”
월초에 시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금요일이었다. 팀장에게 주말 오픈을 못 하겠다고 연락했다. “아니 왜 언니네 시아버님은 하필이면 주말에 돌아가셨대?” 사람 없다는 등쌀에 법적 휴가기간인 5일도 채 쉬지 못했다. 업무에 복귀해서도 웃기 힘들었다. 그래도 웃는 인상으로 밝은 어조로 손님을 잡아야 한다. 매출을 위해서다.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정연주(20대, 가명)씨는 아직도 나이든 남성들을 대할 때면 심장이 떨린다. 한 50대 남성이 씩씩대며 마트 매니저를 대동하고 들이닥쳤다. 전 타임에 왔던 손님 같았다. 영문도 모르고 일단 수습에 나섰다. “고객님 일단 제가 알아보고요, 잠시만걖걾?얼굴에 물건이 날아왔다. “야 이 XX년아” 욕설이 뒤이어 쏟아졌다. 너무 놀라고 무서워서 울지도 못했다. 매니저는 말리지도 않고, 손님이 돌아가신 후에야 한 마디 했다. “잘했어.” 잘 한다는 게 뭔지, 이것도 서비스인 건지 잘 모르겠다. 잠시 앉아 쉴 수 있는 의자도 없다. ‘손님 보기 불편할 수 있어서’ 그렇단다. 민주노총이 지난해 캠페인을 통해 캐셔들에게 의자를 지급했지만, 손님이 오면 앉기 힘들다. 의자 자체가 불편하게 설계돼 있기도 하고, 손님에게 괜히 눈치가 보인다.
얼마 전엔 여성 캐셔가 락커룸에서 퇴근 준비를 하다 남성 손님에게 맞기도 했다고 마트 직원 박현주(40대, 가명)씨는 전했다. “알고 보니까, 낮에 여자 손님 한 분이 카트 밑에 계산된 거 말고 딴 물건을 뒀던 거에요. 계산하신 거냐고 물었대요. 규정이잖아요. 그런데 그게 화가 나신 거야. 그 가족분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그 캐셔를 찾아내서 때린 거예요.” 남성 손님을 여성 직원 락커룸까지 안내한 건 마트 직원이었다.
마트의 이상한 정책도 ‘친절’로 커버해야 한다. 의류, 잡화매장에서 일하는 박씨는 ‘이번 주 대박상품, 1천 원 욕실화‘ 때문에 또 곤욕을 치렀다. “미끼상품이라고, 싼 특정 상품을 전단에 내요. 목요일 오전에 전단지를 바꾸는데, 이 상품은 그때 다 빠져요. 수량이 적거든요. 그럼 전단 보고 오후에 온 손님은 어이가 없죠. ‘광고만 대문짝만하게 내놓고 뭐 하자는 거냐? 물건 빨리 가져와라’ 화를 내시죠. 마트가 애초 물량을 많이 하면 될 걸 손님 낚으려고 미끼상품이라고 조금만 내놓으니, 어디서 더 가져올 수도 없고 저희도 힘들죠. 그냥 무조건 ‘죄송합니다, 고객님’하고 굽신댈 수밖에요.”
얼마 전엔 속옷을 사갔던 손님이 “빨았더니 늘어났다. 바꿔달라”며 왔다. 영수증도 없었다. 규정상 그럴 수 없다고 거절했더니 난리가 났다. 점장이 나오더니 물건을 바꿔주었다. “직원들은 규정에 맞게 일하라고 하고, 그러려고 하는데 결국 손님이 큰소리치면 무조건 해 주는 거예요. 이런 거도 손님 봐가면서 하는 거거든요. 직원 내보내서 될 거 같으면 그 선에서 끝내고, 정 안되면 자기가 처리하고. 그럼 애초에 규정을 만들질 말던가걖?어떻게 보면 직원을 이용해 먹는 거죠. 회사는 공격적 마케팅 하고 좋은 이미지 만들고.”
친절은 이용되고, 이를 위해 관리된다. 미스테리 쇼퍼(내부 모니터요원)가 직원을 체크한다. 손님이 2분 이내에 매장 안에서 직원을 찾을 수 있는지, 직원은 하던 일을 멈추고 손님을 응대했는지, 눈맞춤을 했는지, 웃었는지, 원하는 곳까지 동행 안내를 했는지, 체크하고 점수를 매긴다. “매장이 한 100평은 되는데, 손님을 바로 찾아오긴 힘들어요. 창고에 가 있거나 식사 중일 때도 그렇죠. 그래도 감점돼요. 일단 눈은 마주쳤는데 바로 웃진 않았다, 이래도 감점이고,“ 점수는 한 달에 한 번, 각 점포겫關?갬?매겨져 공고된다. 점수가 떨어지면 한 소리를 듣는다. ‘인사 실천단’도 해야 한다. 목에 리본을 달고 매장을 돌아다니며 큰 소리로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사랑합니다 고객님!“을 외친다. 안 그래도 직원이 줄어서 바쁜데, ‘친절’이 일을 더 늘린다.
친절 경쟁도 시킨다. 부서별로 서비스 매니저가 6개월마다 한 번씩 친절평가를 통해 6개월에 한 번씩 등급을 매기고 상위 15%인 1등급에게 성과급을 지급한다. ‘얼마나 친절했느냐’ 식의 주관적인 평가다. 인정받을 수 있는 친절은 매니저의 눈에 보이는 것뿐이다. 요령 있는 사람이 유리하다.
한 주에 한두 번은 직원들끼리 술을 마신다. 마트와 손님 사이에 끼인 스트레스를 풀 방법이 많지 않다. 휴일이 주중이라 다른 친구들을 만나기도, 가족과 놀러 가기도 힘들다. 일한 후 술까지 마신 몸은 한층 피곤하다. 집에 돌아갔을 때 애들이 숙제를 안 했으면, 방을 어지럽혀 놨으면 너무 화가 난다. 역시 한창 예민한 중 3 아이와 자꾸만 부딪힌다.
“감정노동에 대해서 회사가 해주는 게 없는 거 같아요. 하소연할 데도 없고 수당을 주는 거도 아니고걖?치료프로그램? 상담? 이런 것도 좀 있었으면 좋겠어요. “
이러한 일이 비단 음식점과 마트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서비스 노동자는 전체 취업자 수의 69%에 달한다. 곳곳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감정노동을 수행하고 있다. 각종 감정노동에 노출되는 수준이 높을수록 탈진과 우울 수준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무스트레스 및 감정노동 등으로 인해 심리상담이나 정신과 방문이 필요한 중, 고등 우울증을 겪는 이들도 27%에 달한다.
노동자들의 웃음을 통해 기업은 이윤을 창출하고 고객은 만족감을 갖는다. 그렇다면 건강한 웃음을 만드는데 필요한 사회적 비용과 인정 또한 논의되어야 한다. 웃음은 상품도 아니지만 공짜 또한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