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왜 꼬리를 흔드는 걸까? 그것은 개가 꼬리보다 똑똑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꼬리가 개를 흔들어댔을 것이다.” 영화 ‘왝 더 독(Wag The Dog, 1997)’의 대사이다.
영화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두고 현직 대통령의 성추행 스캔들이 발생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현직 대통령의 재선이 힘들게 되자 참모진은 정치 브로커를 투입하여 국민의 주의를 분산시키는 (전쟁)조작극을 벌인다. 결과적으로 정치브로커의 가상(거짓) 시나리오에 의해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하게 된다. 개의 꼬리가 몸통(진실)을 흔들어 댄 꼴이다. 정치가가 여론을 돌리기 위해 쓰는 연막작전을 ‘왝 더 독’이라고 한다.
네 마녀가 휘젓는 날
증시에서 매년 3, 6, 9, 12월 두 번째 목요일은 ‘쿼드러플 위칭데이(Quadrup-
le Witching Day·네 마녀의 날)’라 불린다. 코스피200지수 선물과 옵션에다 개별 주식의 선물과 옵션, 이 4가지(쿼드러플) 파생상품의 만기가 겹치는 날이자 동시에 이 네 마녀가 돌아다녀 혼란을 초래하는 날(위칭데이)이라는 의미이다. 오는 3월 2번째 목요일인 11일에도 쿼드러플 위칭데이가 돌아온다. 도대체 어떤 일이 생기기에 혼란스럽다는 것일까.
매일 뉴스시간에 증시가 오르고 내렸다는 보도를 할 때 종합주가지수를 기준으로 이야기한다. 어제 1600포인트였던 지수가 오늘 1590포인트라면 10포인트만큼 주가가 내렸다고 보면 된다. 종합주가지수란 간단히 말해 주식시장에 상장된 주식들의 평균값이라고 보면 된다.
주식시장의 등락을 말할 때는 보통 종합주가지수(KOSPI지수)를 사용하지만 선물거래를 위해서는 코스피200지수를 더 많이 사용한다. 종합주가지수는 상장된 모든 종목(850여개)의 평균값이지만 코스피200지수는 시가총액 순으로 1위부터 200위까지만 대상으로 지수를 따로 산정한다. 하지만 200개의 상위 기업들이 종합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에 이 200개의 기업으로만 지수를 만들어도 종합주가지수의 움직임과 거의 똑같아진다. 산출방식은 덜 번거롭지만 종합주가지수처럼 증시의 등락을 나타내는 역할을 하는데 손색이 없기 때문에 코스피200지수 또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주가지수로 활용된다.
선물, 지렛대의 막강 파워
앞서 쿼드러플 위칭데이에서 언급한 주가지수 선물은 바로 이 코스피200지수를 대상(기초자산)으로 하는 선물이다. 주가지수선물 거래는 코스피200지수를 대상으로 하여 일종의 내기를 하는 것이다.
2월말 코스피200지수가 200포인트라 가정해보자. 코스피200지수 선물의 가격은 1포인트 당 50만 원이다. 그래서 200포인트일 때 지수선물 1계약의 크기는 1억 원이다. 이는 200개 기업의 주식을 1억 원어치 사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선물 1계약을 사려면(매수) 1억 원을 납입해야 하지만, 선물의 중요한 특성인 증거금 제도로 인해 1억 원의 15%만 있으면 1계약을 매수할 수 있다. 그래서 실제 1계약을 매수할 때 필요한 자금은 1,500만 원만 있으면 된다. 1,500만 원으로 1억 원어치 주식을 사는 것이다.
선물이 200포인트일 때 1계약을 매수한 사람이 3월11일 만기에 코스피200지수가 210포인트가 되었다면 10포인트, 즉 500만 원(1포인트 당 50만 원)의 이익을 낼 수 있다.

선물, 주식을 흔들다
주식(코스피200지수)에서 파생되었다는 의미에서 선물은 옵션과 더불어 파생상품이라 통칭한다. 이 파생상품은 여러 용도로 이용되는데 대표적인 경우가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용도다.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항상 주가하락의 위험을 염두에 두고 있다. 특정 기업의 경영권과 관련된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들은 주가가 내릴 거라고 예상되더라도 주식을 팔 수 없다. 하지만 선물을 매도해 놓으면 주가가 떨어지더라도 선물에서는 주가가 내린 만큼 이익이 나기 때문에 손실을 보전할 수 있다. 코스피200지수가 200포인트인 상황에서 1억 원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향후 주가가 10% 하락할 것이라 예상해 선물 1계약을 매도했다고 가정하자. 주가가 10% 하락했으므로 주식의 평가금액은 9,000만 원이 되어 1,000만 원을 손해를 보게 된다. 코스피200지수는 200포인트에서 10% 하락하여 180포인트가 되었다. 그런데 선물을 매도한 상태이기 때문에 20포인트가 하락했으므로 선물에서는 1,000만원의 이익이 생겨 주식에서 발생한 손실 1천만 원을 보전할 수 있다. 이를 헤지(Hedge)거래라고 한다.
헤지거래 외에도 작은 증거금으로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선물의 특성으로 인해 투기적인 거래 참여자도 많다. 위에서 예를 든 것처럼 같은 1,500만 원의 자본을 가지고 주식을 사면 자본금만큼만 살 수 있지만 선물 1계약을 사게 되면 주식을 1억 원어치 사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난다. 같은 자본금으로 10%의 수익이 난다 하더라도 주식을 샀을 경우는 150만 원이지만 선물을 사게 되면 1천만 원의 이익이 생긴다. 물론 거꾸로 손실이 날 경우 선물의 손실 폭은 주식에 비해 훨씬 더 커지게 된다. 같은 자본금을 운용하더라고 주식에 비해 선물의 손실 혹은 이익 폭이 훨씬 커지는 것을 레버리지 효과라 하는데, 이는 선물시장에 투기적 거래자를 유인하는 아주 좋은 특성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선물시장은 매우 활성화돼 있다. 코스피200지수 선물 거래대금은 2월말 기준으로 평균 30조 원에 달한다. 한국거래소에서 하루에 거래되는 주식 규모가 3~4조 원가량임을 감안한다면 선물시장의 규모가 기초자산인 주식시장의 규모보다 10배 가까이 큰 셈이다. 이렇게 파생상품 시장의 규모가 주식시장의 규모를 상회하게 되자 어느 순간 선물시장의 움직임이 역으로 주식시장의 움직임을 리드하는 상황이 나타난다.
경제와 상관없이 ‘널뛰는’주가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런 현상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때가 바로 쿼드러플 위칭데이다. 선물 만기일인 쿼드러플 위칭데이가 도래하면 코스피200지수의 종가에 따라 선물시장 참가자들의 희비는 극명히 엇갈린다. 이때 증권시장의 큰 손인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들은 막대한 자금력을 무기로 지수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 만기일 날 주식시장이 상승해야 이익이 나는 구조라면 주식시장 상위 200개 종목을 집중적으로 매수해서 주가지수를 인위적으로 상승시킬 수 있으며,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선물 만기일이 되면 주가는 기업의 내재가치나 성장성, 국가경제의 건전성 등의 요인과는 상관없이 외국인투자자나 기관투자자들의 선물 포지션에 의해 요동치게 된다. 네 마녀가 어떻게 움직일 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왝 더 독’은 정치권에만 사용되는 말이 아니다. 파생상품인 선물시장은 꼬리이지만 몸통인 주식시장을 마구 흔들어대고 있다. 비대해진 선물시장으로 인해 이미 ‘왝 더 독’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자리를 잡았으며 3, 6, 9, 12월의 두 번째 목요일이 되면 주식시장은 더욱 커다란 혼란에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