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 김기두 철도노조 용산차량지부장
배종령 전교조 대구지부 정책실장
주제준 한국진보연대 정책부위원장
편집자 주> 중요치 않거나 행동하지 않는 집단은 탄압도 받지 않는다. 철도, 공무원, 교사들이 단협과 노조 설립, 정치적 의사 표현의 권리를 침해받고 탄압받는 이유다. 이들 공공 3사의 현장 간부들을 만났다. 또 교사, 공무원 공대위에서 활동하는 한국진보연대 활동가도 함께 해 쓴 소리를 나누었다. 단 공무원은 좌담회가 아닌 기사 내용으로 자신을 표현하기로 했다. 신분 노출로 인한 불이익을 막기 위해서다.
정부의 탄압이 갈수록 더해가는데, 현장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김기두(이하 김) 철도는 2001년 철도노조 민주화투쟁으로 민주노조를 건설하고 2002년 2.25파업 (발전, 가스와 함께 민영화 저지 공동투쟁을 함)을 시작으로 3번의 총파업과 총력투쟁을 해 왔어요. 해고자도 많았지만 이후 복직도 됐죠. 아직 2003년 6.28해고자가 남아 있긴 해도. 그러다가 최근 3년 정도는 파업이 없었어요. 조합원들의 피로도가 높아진 것도 있고 정부의 공세가 강화된 탓도 있죠.
김기두
배종령(이하 배) 전교조는 합법화 이전과 이후를 많이 이야기해요. 이전부터 활동했던 교사들은 탄압을 통해서 단련된 사람들이잖아요(웃음). 그래서 자신감이 있어요. 1,500여 명의 해직자를 내면서까지 조직을 만들고 키워왔기에 전교조가 쉽게 무너지진 않는다는 확신이 있죠. 하지만 합법화 이후에 들어온 교사들은 대학시절에도 학생운동의 경험이 적었고, 가입 후에는 전교조가 방패가 돼 줬던 거라 지금의 탄압에 좀 두려워하죠.
김 철도도 좀 그래요. 2008년 이명박 정부 들어서 허준영 전경찰청장이 낙하산 사장으로 들어와 단체 협약안을 대거 개악하겠다고 나왔죠. 작년 파업 들어가기 전에 간부들이 “이번 파업은 우리가 목적과 절차, 수단과 주체를 다 거친 합법파업”이라는 얘기를 전 조합원에 교육해서 위원장의 투쟁명령과 지침에 따랐어요. 파업에 흔쾌히 응했죠. 그렇게 8일간의 최장기파업을 했는데 이명박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불법이 되어 언론이 왜곡보도를 했어요. 노조는 국민들의 불편을 고려해 현장으로 복귀했어요. 그런데도 철도공사는 불법파업이라면서 파업에 참가한 조합원 전부에게 징계를 내렸고, 대다수가 철도 인생에서 처음으로 징계를 받는 입장이다 보니까 당황하고, 불안한 분위기가 돌게 된 거죠.
주제준(이하 주) 공무원, 교사 공동대책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두 노조가 참 무기력하다고 느낀 때가 있어요. 그 무기력함은 탄압의 실체를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게 아닐까 싶었죠. 교사집단은 국가이데올로기를 차세대에게 전파하는 전위부대 같은 존재잖아요. 그런데 전교조라는 것이 생겨서 민주주의와 인권, 평등사상을 전파하고 있으니, 정부가 얼마나 위협을 느끼겠어요. 2008년의 촛불도 전교조 교육 때문이라고 판단했었잖아요. 공무원은 정부의 신하 같은 존재인데 노조가 생겨서 정부를 비판, 감시하고 하고 있으니 얼마나 속이 타겠어요. 특히 민주노총이 많이 어려울 때 전국공무원노조, 민주공무원노조, 법원노조 등이 통합해서 민주노총에 가입했잖아요. 정부로서는 넘어갈 수 없는 거죠.
배 노무현 대통령 당선 후 조선일보 사장이 전 사원을 모아 놓고 “난 이제 전교조와 싸운다.”고 했대요. 친일 청산의 파도가 몰아치던 해방공간에서도 살아남았고, 한국전쟁 때도 버텼고, 4.19 혁명의 열기도 박정희가 막아줘서 그 동안 밤의 대통령 역할을 톡톡히 해 왔는데, 아무런 격변도 없이 투표만으로 대통령이 바뀌는 데 공포감을 느끼면서 그 가장 큰 원인이 전교조라 진단한 거죠. 실제로 그 이후 노 대통령 임기 동안 2~3일에 한 번꼴로 전교조를 기사화했거든요. 그걸 우리가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했어요. 안일했죠.
주 지금의 탄압은 일시적인 게 아닐 겁니다. 지금 쏟아지는 소나기만 피하자는 태도로는 한계가 있다는 거죠. 그래도 다행인 건 탄압의 본질에 공무원노조, 전교조가 많이 주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김 지난 15일 광주에서 전국노동자 대회를 할 때 1부가 공무원대회 같은 거였어요. 명칭을 그렇게 달진 않았지만. 그 전날까지 집요하게 행정안전부와 시군구청에서 담화문과 전화가 왔다고 해요. “가지 마라, 가면 채증해서 징계하겠다, 채증 공무원을 350명 파견하겠다.” 등등. 그래서 주최 측에서는 사진 기자들을 위해 몸 벽보를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공무원 노조를 초장부터 죽이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또 확인하는 집회였어요. (웃음)
두 분을 보니까 현장이 힘들어도 아직 투쟁 여력이 있는 것 같네요. 투쟁 과정에서 여러 노력들을 많이 했을 것 같은데
배 전교조 대구 지부에는 분회가 400개 있어요. 개별 학교가 하나의 분회가 되는 모양이거든요. 근데 지부에 상근간부는 4명이에요. 이 사람들이 분회 100개씩 책임져야 하는 형태죠. 상근간부 월급을 조합비로 대기 때문에 인원을 늘리기가 어려워요.
그런데도 교사들은 노조 회의나 활동을 퇴근 후에 하는 걸 당연히 여겨요. 대의원대회도 주말에 하거든요. 전 이게 다른 노조에 비해 참 훌륭한 점이라고 생각해요(웃음). 아이들 수업 시간을 빼고 회의를 한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죠.
배종령
김 그런 부분은 철도가 좀 나은 것 같네요. 지부장이 상근직은 아닌데 노조 힘에 따라 관례적으로 상근으로 인정하기도 하거든요. 이번 개악안에서는 이걸 막을 것 같긴 하지만….
배 정부의 탄압 시도가 부분적으로는 다 좌절됐다고 봐요. 예컨대 일제고사도 2년차 신참부터 해직 경력이 있는 활동가까지 다 잘랐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 일제고사의 해악성이 전국에 알려졌죠. 조합비 원천 징수 동의서도, 교육과학기술부는 이걸로 적어도 조합원 1/3이 떨어져나갈 거라 봤다지만 실제로는 1/10도 안 됐거든요. 가장 코미디는 조합원 명단 공개죠. 결정적으로 조전혁 콘서트가 무산되면서 스스로 허물을 뒤집어쓴 꼴이 됐어요. 명단 공개를 앞두고 제가 현장을 쭉 돌았을 때 선생님들은 “우린 죽도록 일하고 애들 열심히 가르친 죄밖에 없다.” 하는 분노를 더 보였어요. 비전교조 교사들도 정부가 너무 치사하다는 반응을 보였고요. 학부모로부터 격려 전화 받은 분들도 몇 있더라고요.
김 작년 11월 2차 파업 후, 철도공사가 파업 참가자 전원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어요. 철도공사의 부당징계에 적극 대응한다는 차원에서 간부들이 대리 소명을 하기로 했어요. 그래서 징계가 있는 날은 하루 종일 그 곳에서 살았어요. 하루에 70명을 놓고 1인당 15분 준 소명시간도 늘리고,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파업이 정당한 이유를 말했죠(웃음). 또 공사가 2003년 6.28파업 손해배상금조로 100억대의 조합비를 압류한 데 이어, 이번 파업으로 87억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징계자 구호 기금 등의 문제도 해결해야 해서, 500만원, 1000만원 채권을 발행하고 한시적인 조합비 1% 인상을 하기로 했어요. 그런데 목표액을 달성하고 조합비 인상도 통과됐어요. 아직 철도노동자들 안 죽었구나 하는, 조합원들의 끈끈한 애정을 느끼는 계기였지요.
주 공무원 노조는 지역별 차이가 큰 것 같아요. 1인 시위를 꾸준히 하는 곳도 있지만 연대 단체가 함께 해도 별 행동을 못 하는 곳도 있어요. 아직 예전 분열 시기의 감정이 골이 잘 극복된 것도 아니어서, 간부들의 헌신이 더 많이 필요한 것 같아요. 3월20일 통합노조 출범식, 5월15일 광주 순례를 진행하면서 외형적으로 세를 과시했다면 이제 내적 정비에 치중하고 6.2 지방 선거 후보 중에 집중해야 할 곳을 정하고 승리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번에 공무원 출신이 15명이나 후보로 나갔는데, 힘이 분산되는 만큼 그리 좋은 현상으로 보이진 않습니다만 그게 또한 공무원 노조의 현실인 것 같습니다.
철도노조는 5월12일 잠정합의안이 나와 파업을 중단했고, 공무원노조와 전교조는 15일 광주 순례, 16일 교사대회를 정점으로 투쟁이 하나의 매듭을 지었다고 보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조직을 추스르고 활동 방향을 잡아가야 할까요?
배 정부가 전교조에 대해 대단히 치밀하고 의식적인 공세를 거듭하고 있어요. 과거와 달리 일제고사·시국선언 관련자 중징계, 단협해지, 조합비 원천징수 동의서, 명단 공개, 규약시정명령 등 노동조합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을 하고 있는데, 이 로드맵의 끝은 노조설립신고서 반려, 즉 ‘법외노조’화라는 관측이 있어요.
지금 정부에서는 다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여러 준비를 해야겠죠. 내부 역량을 강화하고, 이를 엄호할 광범위한 지지 세력을 만드는 게 관건인 거 같아요. 앞에서 싸우는 선봉대도 필요한데 대중적으로는 “내 분회 내가 지키기” 같은 불탈퇴운동 같은 게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무엇보다도 학생·학부모를 포함한 지지 세력이 전교조를 응원하는 한, 전교조가 어렵다 해도 사라지진 않을 거예요.
김 일단 6.2 지방 선거 때까지는 부재자 투표를 적극 조직해야죠. 전국에 철도 후보가 3명 나왔는데 그들을 지원하면서 교육감 선거에 주력할 것 같습니다. 이후에는 잠시 긴장을 풀어야 할 것 같아요. 2000년 민주노조 건설을 위해 공동투쟁본부를 구성한 이래 민영화 저지, 끊임없는 인력감축과 전환배치에 대한 크고 작은 투쟁을 쉼 없이 해왔어요. 하반기에는 ‘성과연봉제’를 하겠다고 정부가 공세를 펴고 있고, 이와 연동해서 임금교섭, 철도민영화 저지 등의 투쟁을 계속 이어가야 해서 여름엔 단결을 위해 산으로 바다로 좀 나가야겠습니다.
주 노동조합은 국민과 조합원의 지지라는 두 다리로 가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노동조합이 국민과 일치되어 있으면 탄압이 왔을 때 그 조직을 더 성장시키죠. 2008년 광우병 대책회의 핵심간부 8명이 다 수배됐는데도 그 사람들이 3달간 조직을 이끌어왔어요. 한 사람이 수배되면 성금이 엄청나게 들어와요.(웃음) 그 때 한국진보연대가 압수수색 당해서 컴퓨터가 필요하다고 하니까 그 다음날 컴퓨터가 수 십 대가 와서 그 전보다 더 많아졌어요. 근데 지금 공무원, 철도, 전교조는 국민과 어떻게 함께 호흡할 것인지에 대해 놓친 게 많다고 봐요. 철도가 그 동안 장애인 인권, 이동권 보장에 애를 많이 썼더라고요. 공무원은 초기에 부정부패방지 운동, 양심선언 등을 했잖아요. 전교조도 촌지 안 받고 안 주기 운동을 처음 만들었을 때 호응이 정말 좋지 않았나요?
주제준
배 전교조가 태동된 89년은 강제 자율학습이 유행하던 시절이었죠. 보충수업을 폐지하자고 했지만, 하고 싶은 교사가 있다면 돈 받지 않고 하겠다고 했어요. 근데 지금 전교조는 무조건 폐지하자고 하면서도 정작 현장에선 참여하고 수당을 받아요. 구호와 실천과 현실의 괴리가 깊어지면서 국민하고도 멀어지게 된 거 같아요. 이걸 극복하려면 우리 내부에 헌신성과 내적인 동기들을 끌어내야 하는 거 같아요.
주 공무원이나 전교조에겐 이번 지방 선거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봐요. 똑같이 시국선언 했는데 자치단체장과 교육감의 성향에 따라 징계 수준이 달랐잖아요. 이 탄압을 극복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비빌 언덕을 만드는 게 지방선거와 교육감 선거라고 봐요.
배 네, 저도 교육감 선거는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전국에 진보시민후보가 3,4명만 있어도 보수 일색인 분위기를 꽤 바꿀 수 있거든요.
또 전교조의 초기 활동가들이 나이 들어가는 반면에 젊은 활동가들을 꾸준히 키워내는 내부 사업이 원활하지 못하고, 상층 간부 위주의 사업 기풍이 자리 잡으면서 조합의 기본 단위인 분회활동이 위축되고 있어요. 장기적으로는 분회를 활성화하는 것이 조합의 혈액순환을 위한 대책인 거 같고, 이 역시 분회를 책임질 사람, 중간 활동가 층을 두텁게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듯합니다.
주 그렇죠. 젊은 활동가 양성과 더불어 지역에서의 연대가 특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전교조가 합법화되기 전에 많이 힘들었잖아요. 그 때 농민회랑 사무실을 같이 쓰는 지부, 지회가 많았어요. 전교조 투쟁만 하면 농민이 다 함께 싸우고 그랬죠. 근데 합법화 이후에 상당한 교사들이 농촌을 떠나거나, 학교는 농촌이더라도 집은 자녀 교육 명목으로 도시에 두더라는 거죠. 그래서 농민회가 배신감을 갖고 있었어요. 그러다 2004년 쌀 투쟁 때 경북 영주에서 구속된 농민회 간부의 농사를 전교조 교사가 학생들과 같이 가서 지었대요. 거기서 연대의 싹이 튼 거죠. 경북지부가 서울 투쟁갈 때 농민회는 떡 해 주면서 응원하고, 농민회가 서울 투쟁갈 때 지부가 경비 지원해 주고…. 서로 마음 열고 왕래하면서 이해도 하게 되고. 지방선거는 지방 권력을 만드는 거잖아요. 전교조, 공무원은 시군 단위에서는 막강한 권력 아닌가요? 지방 유지잖아요? (웃음)
여기에 농민회와 철도, 사회보험노조 등이 가세하면 지역집권은 어려운 일이 아녜요. 최근 전남 장흥의 사례처럼, 노동자는 농민의 농기구를 고쳐주고 농민은 먹을거리로 교류하고 그러면서 공동체를 느끼는 거죠.
투쟁이 계속되는 중에 만든 좌담회라 만남은 길지 않았다. 그럼에도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을 위해 두 노조가 자신을 뛰어넘을 것과 지역 연대를 강조했을 때, “자기 속에 움츠리기보다 더 폭넓게 나누고 연대해야만 한다는 강한 공감을 나눴다. 문제가 어려울수록 해법은 어렵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