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도 민영화도 ‘기본’으로 풀어낼 것”

[57호]

[현장탐방] 철도노조 KTX 고양차량지부
윤성희 | vpmiyu@hanmail.net 이 기사를 프린트하기 이 기사를 트위터로 보내기
2012.02.08 19:5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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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KTX 민영화 계획을 두고 반론이 뜨겁다. 노동계뿐 아니라 시민사회, 전문가들도 “대기업에게 흑자노선만 팔아넘기겠다는 정부의 정책은 나머지 노선에 타격을 주고 더 강도 높은 민영화 공세를 야기해 철도공공성을 훼손할 것”이라고 반대를 표명하고 있다. 참여연대와 원혜영 민주통합당 의원이 공동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KTX 민영화에 반대하는 국민은 70%에 이른다. 
현재 철도노조는 KTX 민영화 저지 투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중 KTX 고양차량지부를 찾았다. 이곳은 지난해 5월 KTX 차량사고 원인을 언론에 알리면서 KTX의 안전문제를 공론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로 인해 지부장 신춘수(42)씨를 포함한 2명이 해고와 정직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안전조치가 강화되고 비용 절감 명분으로 정비인력을 축소하는 등 수익성에 치중하는 ‘허준영식 철도선진화 정책’에 비판이 제기됐다. KTX 민영화 저지 선전물과 피켓이 가득한 노조 사무실에서 신 지부장과 권종현 조사부장을 마주했다. 신 지부장의 눈썹은 유난히 짧고 진했다. 순하게 내려갔다가 담담한 듯 단단하게 일자를 그리곤 했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눈썹과 심성이 퍽 닮았다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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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고양시에 소재한 고양KTX차량기지는 2003년 설립된 국내 최대의 철도 전문 차량기지다. 주로 서울역, 용산역에서 종착한 부산, 목포, 광주, 여수, 마산발 KTX의 정비, 유지, 보수 등을 담당하고 있다. 승객들의 안전과 직결되는 업무다. KTX 사업이 꾸준히 확장되면서 중정비 업무가 추가되고 인원 또한 전국 각지에서 충원되어 현재는 1천 명에 육박한다. 
2003년 1대 집행부를 세운 고양차량지부는 현재 4대 집행부 체제다. 기지 확장에 따라 지부의 규모도 확대되는 추세다. 3대 집행부 때만 해도 350명이었던 조합원이 지금은 700여 명에 달한다. 

젊고도 성장해가는 지부이다 보니 할 일도 고민도 많다. 다만 조급해하기보다는 기본을 다져야 할 시기라는 게 집행부의 이야기다. 
“일차적으로 인간적 유대감을 쌓아가는 것이 목표”라고 신 지부장은 설명했다. “일반 철도는 수십 년 동안 같이 일하면서 인간적인 유대감을 쌓았는데 여긴 상대적으로 그런 게 취약하죠. 전국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계속 들어오니까요. 노조의 힘도 인간적인 유대감,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좀 더 시간을 들여 이 부분을 쌓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이를 위해 기본적으로는 현장순회와 체육행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하반기 단체교섭에서는 허준영 사장이 후퇴시킨 노동조건, 타임오프 문제 등 중요한 쟁점들을 논의해야 한다. 여기에 민영화 저지 투쟁에 총선, 대선 정국이 겹쳤다. 그만큼 완급조절 또한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조합 차원에서 예산을 더 책정해 조합원들의 복지, 휴식을 지원하면서 사기를 높이는 등, 좀 더 조합원들과 호흡하는 사업을 고민하고 있어요.”

“또 2009년 파업의 후과가 있어서 계속 추스르는 과정을 가져야 하는 것도 있고요.” 권 조사부장이 덧붙였다. 철도노조는 2009년 공사의 일방적 단체협약 해지에 맞서 총파업을 단행했다. 2006년에 이어 두 번째 대규모 총파업이었다.  당시 고양차량지부의 참여율은 95%. 2006년 50%에 비해 크게 뛰어오른 수치였다. 신생조직이 이만큼 높은 참여율을 나타낸 데는 이전 집행부들이 일상 활동을 꾸준히 해온 노력이 영향을 미쳤다는 게 권 조사부장의 설명이다. 일례로 분기별 노사협의회를 꼽았다. “기존 지부들이 독자적으로, 또는 분기별로 꾸준히 노사협의회 하는 곳들이 그리 많지 않아요. 여기는 직접 현장에서 안건을 죽 수집하고 이를 노사협의회에서 논의한 후 그 내용을 조합원들에게 알리고 승인을 받는 식으로 하면서 신뢰를 많이 쌓았죠. 그 정점이 2009년이었던 거 같아요.”

그러나 여기에 정부가 불법파업의 낙인을 찍었다. 철도공사가 1만 2천여 명이라는 초유의 대량징계를 내렸다. 지부 조합원 200여 명도 여기 포함되었다. “필수유지업무법에 따라 남긴 인원 1백여 명을 제외하면 파업 참가자 거의 전원이죠. 그 때문에 분위기가 크게 위축됐어요. 지난해까지도 힘든 점이 많았지만 사회 분위기도 변하고 하면서 우리도 조금씩 회복해가는 과정이에요.”
4기 집행부는 9명이다. 인원대비 적은 숫자지만 “파업 후유증이 있는 걸 감안하면, 이만큼 꾸릴 수 있어 행복하다”고 둘은 웃었다. 

공익제보에서 민영화 저지투쟁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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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수 지부장.

요즘 신 지부장의 하루 일정은 현장순회, 조합원 면담, 회의 참여 등으로 짜여 있다. “할 일이 많으니까 오히려 시간 많은 해고자 신분이 편한 거 같기도 해요.”신 지부장이 웃었다. 신 지부장은 언론사에 KTX 사고 차량 사진을 제공한 일로 작년 8월 징계해고를 당한 상태다. “말은 이래도 많이 힘들어했다”고 권 조사부장이 덧붙였다. 쑥스러워하던 신 지부장이 이내 털어놓았다. “마음이 안 좋았죠. 저보다는 사실 사진을 제게 준 박아무개 조합원 때문에 더 힘들었어요. 맡은 업무를 수행한 것뿐인데, 해고 바로 아래 징계인 3개월 정직 처분을 받았으니까요.” 징계위원회에서도 자신만 징계할 것을 호소했으나 소용없었다. 현재 박아무개씨는 복직했으나 징계로 인한 임금 손실, 인사 상 불이익을 감내해야 한다. 차량기지에 배치된 지 얼마 안 된 참에 일이 터져 많이 힘들어 했다는 그는 여전히 신 지부장의 마음에 가시로 박혀 있다. 

징계 후로 경직된 현장 분위기 또한 답답한 부분이다. “예전엔 안전사고 관련해서 현장에서 여러 가지 얘기들이 많이 나왔는데, 지금은 별로 안 나와요. 철도공사가 원한 거도 이런 상황이겠죠.” 다행히 지난 12월 국민권익위원회가 징계를 공익신고로 인한 신분상 불이익조치로 인정하고 철도공사 측에 원상회복 조치를 요청했다. 다만 실제 회복에는 지난한 과정이 소요될 듯하다. 철도공사가 판결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신 지부장은 전했다. 그래도 후회는 하지 않는다. “어쨌든 이로 인해 후속조치가 나온 거니까요.” 

현재 신 지부장의 화두는 복직보다는 KTX 민영화 저지다. “어찌 보면 정부 덕분에 고민을 잊고 활동에 전념하는 거 같아요. KTX가 남야야 저도 복직하죠.(웃음) 분위기 좋아요. 15일엔 킨텍스에서 서명운동을 했는데, 말 안해도 찾아오는 분도 많았고 인터넷 통한 응원도 많이 받아서 힘이 나요.” 현재 지부는 철도노조 차원에서 하는 대국민 선전전, 서명운동 외에도 고양, 일산지역 시민사회단체, 야당 예비후보들과 함께 지역 선전전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12일부터 20일까지 현장순회를 하며 현장 안에서의 의지도 다지는 중이다.    

“지금도 KTX 수리할 부분이 굉장히 많아요. 새벽에 쉬는 시간이 없어졌을 정도예요. 철도 시설과 운영을 분리하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정부가 지원을 끊고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만들어놓고서는 적자 나니까 민영화 해야 한다고 하니...”

민영화 저지에 관련해서는 철도공사에 대한 각도 늘 세우고 있어야 한다. “철도공사는 영업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찬성해요. 적자영업을 축소하고 자발적인 효율화를 추진하려는 분위기죠. 철도 안전에 있어 중요한 유지보수 업무의 외주화 등을 계속 추진하고 있는 거고. 반면 노조는 철도가 효율성보다는 사회공공성을 위해 운영돼야 한다는 입장이죠.” 

2011년 3월 1일 임기를 시작한 후 해고부터 KTX 민영화 문제까지, 파란만장한 1년을 보낸 기분은 어떨까. “이거 솔직하게 대답해야 하는 건가요, 아니면...? 아, 이게 '나꼼수' 후유증인가(웃음).” 
웃던 신 지부장이 사뭇 진지하게 가장 기본적인 답을 했다. “노조활동이란 게 사람 간의 정으로 하는 측면도 있잖아요. 작년에 지부에서 중식집회 두 번, 총회 한 번, 노사협의회 준비하면서 조합원들 만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힘을 줘서 지내올 수 있었던 거 같아요.” 

향후 1년 역시 ‘기본’을 지키며 활동할 계획이다. 
“그동안은 철도 구조조정, 민영화 등 큰 사안들이 계속 치고 나와서 자체 계획을 세우고 가기보다는 상황을 쫓아가는 편이었죠. 그런 점이 좀 힘들었어요. 올해도 되게 다사다난하겠죠. 하지만 현재로서는 뭔가 욕심을 막 내기보다는 주어진 일을 충실히 하는 게 더 중요한 거 같아요. 일단은 KTX 민영화 저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고, 충실히 조합원들 꾸준하게 만나야 할 거고.” 이날 저녁에도 회의와 만남 약속이 잡혀 있었다. “조합원이랑 한 약속은 미룰 수 없으니까요.” 그의 트위터(@chchpp)와 페이스북은 꾸준히 KTX 민영화 문제에 관련한 뉴스와 자료가 올라가고 있었다. 과연 기본에 충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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