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양당의 대의원대회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6월28일 진보신당 대의원대회가 많은 논란을 남기며 끝났다.
'지난 6월1일의 합의안이 진보신당의 입장에서는 미흡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연석회의 대표자들의 합의문이라는 점을 인정하며 2차 협상결과까지 보고 8월 임시당대회에서 최종승인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수임기구를 구성하되 정당법상 신설합당에 대한 협상의 최종 승인은 8월 임시대의원대회의 의결을 얻어야만 한다'고 명시했다.
이 결정만 놓고 볼 때 이번 진보신당 대의원대회의 결의는 지난 6.1 합의를 승인하지 못한 것으로도 충분히 해석가능하다. 당대의원들의 2/3의결조차 거치지도 못했다. 그러나 진보대통합에 대한 국민들과의 약속을 이행하고자 당지도부가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것임은 틀림없다. 다수의 진보신당 독자세력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했고 민주노동당 시절 다수파의 패권에 대해 심각한 트라우마를 지닌 당원들의 불신도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에 6월 1일의 합의안이 부결되지 않을까라는 예측이 우세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결과이기에 미흡하지만 그나마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결정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민주노동당 대의원대회 결정사항도 미흡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비록 만장일치로 합의문을 승인하였으나 수임기구에게 신설합당에 대한 전권을 위임하지는 않았다. '수임기구의 결정에 대해 대의원대회가 최종 의결한다'는 후속절차를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현 시점에서 양당의 결정사항에 대해 법리적 해석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법리적 논쟁을 벌이는 순간, 우리는 보다 근본적인 정치적 판단을 해야만 한다. 즉, '진보신당은 6.1합의를 어겼다'며 진보양당의 진보대통합을 포기할 것인지, 아니면 '대의원대회 결정사항이 미흡한 점이 많으나 계속 노력해야한다'며 8월 시한까지 최선을 다해 합의안을 만들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여기서 이번 진보신당의 결정사항이 진보대통합을 이루려 노력해왔던 진보신당 지도부가 만든 결과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앞으로 두 달 간의 논의는 1차 합의보다 더 어렵고 지리멸렬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소한 일을 '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려는 노력에 먼저 찬물을 끼얹어서는 안 되지 않는가. 아직 진보양당의 협상은 끝나지 않았고 끝내서도 안 된다. 3년의 분열을 극복하는데 겨우 두 달 더 노력하는 것이다. 이에 인색해서는 우리의 진정성을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다.
왜 진보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인가
작년 MBC뉴스는 연말 특집으로 2010년의 희노애락을 다뤘다.
그 중 노(怒)를 다루는 보도에서 기자는 200만부가 팔려나간 마이클 샐던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가리키며 이 책이 국민들에게 열독되는 상황을 '대한민국은 지금 현실에서 찾을 수 없는 정의를 책 속에서라도 찾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신자유주의로 인한 극심한 양극화의 시대에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는 장하준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역시 수십 만 부가 팔려나가며 전에 없던 사회학 서적의 부흥이 일어나고 있다.

이 현상은 무엇을 말하는가. “가난은 나랏님도 못 구한다”는 깊은 소신을 지녔던 국민들 사이에 '인간의 기본권은 국가가 나서서 지켜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2004년 민주노동당이 외쳤던 무상의료, 무상교육이 작년 지방선거를 통해 무상급식 실시로 현실화되고 있다. 이는 복지정책을 '해도 좋은 것이 아니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민주당뿐만 아니라 한나라당조차도 그들 나름의 복지담론을 형성하고 지지를 받기 위해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모습은 이제 우리에게 놀라운 일도 아니다.
그러나 기존 정치세력들과는 달리 진보정치세력이 주목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첫째는 현 정치세력들이 실현해나갈 복지정책은 불완전하며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신자유주의 경제체제가 온전히 유지되고 있는 현재, 독점재벌의 권력이 전 사회를 지배하고 있고 부자감세·비리·탈세가 묵인된다. 이런 조건에서는 누구도 복지재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한국 사회구조의 변화를 꾀하자'는 경제민주화의 과제를 전면에 내걸지 않고서는 복지국가나 복지정책은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두 번째는 이러한 재벌독점 질서를 극복하기 위한 사회세력이 어디에서 형성될 것인가의 문제이다. 물론 그 정답은 '노동세력'이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 기존에 형성된 노동질서는 이미 상당한 구조조정과 노동조합에 대한 제약 속에서 위축되어 있다. 급속하게 확산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노동3권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위의 두 가지 문제가 함께 해결되지 않고서는 이 시대의 국민적 요구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 진보정치는 이 문제에 답을 해야 한다. 다행히도 우리는 그 해답의 단초를 이미 2004년에 경험하였다. 고작 10석의 의원이었지만 보수양당 체제를 헤집고 들어가 사회개혁의 상당한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이로써 두 가지 핵심적 문제를 해결할 해답은 바로 강력한 진보정당 건설임이 분명해졌다. 강력한 진보정당만이 보수양당도 해결하지 못하는 경제민주화를 해 나아갈 수 있다. 그래서 불완전한 상태의 사회민주화를 완성할 수 있다.
또, 의회에 진출해서 노동3권 보장을 위한 제도개선을 하여 이를 기반으로 현재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노동자들을 더 넓게 조직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노동정치세력화의 장을 만들 수 있는 것도 진보정치세력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에게 제기된 진보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은 현재 처해져 있는 한국사회의 과제를 해결해나갈 필수불가결한 요청이며 우리는 이것에 답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새로운 진보정당 만으로 사회적 과제를 모두 실현할 수 있는가?
2012년 양대 선거를 앞두고 우리의 과제를 실현하기 위한 기본 전략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그것의 해답은 민심에 있다. 국민들은 내년 선거에서 한나라당 재집권을 막기 위해 모든 야권이 힘을 합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진보정치세력에게도 총선, 대선에서의 야권연대는 피할 수 없는 과제이다. 그러나 야권연대를 위해서는 자유주의 야당이 손 내밀지 않을 수 없는 강력한 진보대통합의 힘을 만들어야만 한다. 그리고 야권연대에 기반한 총선에서의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 총선에서 마련한 진보정치세력의 도약은 향후 있을 대선에서 ‘진보적 권력교체’의 성사여부를 가름하게 될 것이다.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는 진보정치세력의 도움보다는 보수정치세력과의 부분적으로 연대를 통해 출범했다.
당연히 보수정치세력과의 전선에서 자유주의 정치세력은 자유로울 수 없었으며 초반부터 재벌을 비롯한 독점권력들과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들은 노동자 민중세력뿐만 아니라 자신의 전통적 지지기반조차 상실할 것이 뻔한 정책으로 쏠려갔다.
내년 대선의 ‘진보적 정권교체’는 그런 의미에서 자유주의 정치세력과의 연대의 결과가 신자유주의로 인한 폐해를 극복하는 정책방향으로, 노동자민중에 기반을 한 근원적인 복지정책으로 선회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진보정치세력 안팎에서 ‘진보적 권력교체’의 결실이 연립정부로 수렴되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많은 의문점을 제기한다. 자유주의 정치세력과의 연합에 있어 최상의 결과는 진보진영의 개입력과 권한이 확고히 보장된 연립정부일 것이다. 그러나 이는 진보대통합을 통한 진보정치세력의 힘을 얼마나 키울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있다. 우리의 힘에 따라 자유주의 정당은 내년 대선에서 정치연합의 파트너가 되지 않을 수도, 정책연합의 수준에서 연대할 수도 있는 것이다. 진보정치세력이 통합과정에서 지지부진하고 총선에서 그리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 상황에서 연립정부 구성의 목표를 실현하고자 한다면 자유주의 정치세력에 투항하는 방식 이외의 길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진보대통합을 앞두고 <진보의 합창>이 더욱 중요한 이유는
올초부터 소위 8자 연석회의로 불리우는 통합협상의 장이 지루하게 전개되었을 때 진보대통합이 단순히 상층협상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대중적 운동으로 전개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단순히 기존의 두 진보정당 만의 통합이 아니라 새로운 정치, 대안의 정치를 갈망하는 국민들의 여망도 있었다. 이에 <진보의 합창>이 출범하게 되었다. <진보의 합창>은 진보정치의 주류화를 통해 한국정치지형을 재편할 수 있는 진보정당건설이 목표다. 새로운 진보정당 안에서는 소모적 정파투쟁이 아닌 민주적 리더십에 근거한 건전한 정치적 경쟁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또한 광장으로 모여든 촛불의 힘까지 모아낼 수 있는 확장과 국민 다수에게 뚜렷한 진보정치상을 제시하고 함께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지향하는 확장에는 몇 가지 전제가 있다.
첫째는 이념의 뿌리가 다르고 계급계층의 지지기반이 미약한 지역주의 보수정치세력과는 분명한 차이를 둔다는 점이다. 둘째는 참여정부 시절의 신자유주의 정책노선과는 분명한 선을 긋는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진보의 합창>은 연석회의 협상단에 대한 '응원단'역할을 해왔다. 협상에 대중적 힘을 실어주고 새로운 진보대통합당에 대한 갈망을 모아나가는 역할을 하였다. 이제 양당이 미흡하나마 수임기구를 구성하고 2단계 본격 협상으로 진입하게 된다. 협상의 주요의제는 결국 합쳐진 진보정당이 구태의 정치를 벗고 민주적인 당운영을 어떻게 실행해 나갈 것인가를 합의하는 것이다. 물론 민주적 당 운영은 당의 몇 가지 제도가 마련된다고 바로 실현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서로가 가진 깊은 불신과 상처를 해소하고 통 크게 결단할 수 있는 대승적 방안이 도출되지 않는다면 1단계 협상보다 더 많은 논란과 시비에 말려들 것이다. <진보의 합창>으로 힘을 모은 세력들은 이제 이 협상에 대한 진보정치세력의 제안자가 되어야 한다. 우리가 바라는 새 정당의 위상에 걸맞게 과거의 소모적 패권을 과감히 내던질 수 있는 미래지향적 방안을 공개적으로 토론하고 제시하는 역할을 하여야 할 것이다.
민주적 당 운영을 실현할 수 있으려면, 그리고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기반한 강력한 새 진보정당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러한 비전에 동의하고 함께 하는 더 많은 당원과 지지자를 조직하여야 한다. 두 달 간 지리한 협상국면 동안 <진보의 합창>은 20만 당원의 새로운 진보정당을 만들기 위한 새 정당에 참가, 지지, 후원할 세력을 조직하는 일에 더욱 박차를 가하여야 한다.
<백만민란>과 같이 급속한 조직 확대가 어렵다고 하는 분들이 많다. 그렇다. 국민들에게는 <백만민란>이 제시하는 '닥치고 합쳐'와 같은 매력적이고 단순한 논리가 훨씬 가깝게 다가간다. 그러나 우리는 자유주의 정치세력과는 분명 다른 길을 걸어가는 진보정치세력이다. 야권의 단일화라는 시대의 요구도 분명히 받아 안겠지만 진보정당이 한국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진보정당 역할론'에 대해서도 많은 국민들이 지지하고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한나라당을 꺾기 위해 하나로 합치되 진보정당의 자기 역할과 정체성을 분명히 하며 독자 발전의 길을 열어야 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과거 분열된 진보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을 극복해야 한다는 점에서 급속한 조직 확대가 쉽지만은 않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진보정치세력에 함께 하고자하는 광범한 시민사회세력이 힘을 보태고 모으고 있다. 노동자도 정치세력화의 첫걸음을 내딛고 있다. 아직은 서로에 대한 불신과 원망을 털어버리지는 못하였으나 그래도 하나로 힘을 모아야 한다는 진보양당의 당원들이 있다. 그것을 합치고 모으는 일만으로도 <진보의 합창>의 의미는 충분하다. <진보의 합창>이 가지는 이러한 의미를 인식하는 많은 지역에서 적극적인 합창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어쩌면 이번 진보양당의 당 대회로 인해 지리한 협상이 앞으로 두 달 간 더 연장될 수도 있다. 그러나 진보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은 이제 되돌릴 수 없는 이 시대의 과제임이 확연해졌다. 래칫조항은 FTA에 필요한 것이 아니라 바로 진보대통합에서 실행되어야 할 합의이고 약속이어야 한다. 바로 그 협상을 밀고나갈 톱니바퀴가 <진보의 합창>이다. 모든 지역과 부문에서 대중의 힘에 근거한 진보대통합을 이루기 위해 <진보의 합창>으로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
지난 그 추운 겨울 한진중공업의 높디 높은 크레인 위에 김진숙씨가 올라갔다. 그당시 누군가 지금의 노동운동을 빗대어 ‘그들은 고립되었고 우리들은 침묵한다’고 자조하였다. 그러나 조금씩 세상이 바뀌고 있다. 사람사이의 연대와 집단적 노력으로 이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 서서히 번져가고 있다. 우리는 희망버스의 연대와 젊은 세대들의 촛불광장에서 그 희망의 빛을 본다. 그러나 그 연대와 광장의 힘이 정당정치로 수렴되지 않는다면, 구호 속에서가 아니라 제도의 변화로 수렴되지 않는다면 또다시 더 깊은 절망과 좌절로 이어질 것도 염려해야 한다. 그것의 대안과 희망이 통합된 진보정당이요, 강력한 진보정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