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노래하는 구청장

[57호]

[배진교의 21세기 목민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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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11 05:47:41

 

지난 한 해, 구청 내 28개 과 직원들과 원활한 소통을 위해 모든 과의 회식자리에 참석했습니다. 때로는 노래방에 같이 가기도 했는데 그럴 때마다 ‘무조건’이라는 트로트 가요를 불렀죠. 구내 단체들의 행사에 참석할 때도 이 노래를 불렀지요. 구청장 인사말은 1분 이내로 짧게 하고요. 이런 분위기를 다들 환영하더군요. 그러다보니 구청 직원들이나 단체 회원들은 노래하는 자리에 내가 나타나면 자동으로 ‘무조건’을 노래방 기계에 예약해 놓아요.


“남동구의 훈훈한 연말연초 소식을 전합니다”


지난 해 만수2동 송년회 가서도 노래 한 곡 했지요. 지역 단체 회원들이 각각 장끼자랑을 준비했더라고요. 과한 분장을 한 ‘각설이 타령’팀도 있었어요. 저는 어김없이 ‘무조건’을 불렀습니다. 반짝이 옷을 입은 내 뒤로는 부녀회 회원들로 구성된 백댄서들도 있었고요.
작년 연말은 이런 송년회들을 다니느라 바쁘게 보냈습니다. 19개 동을 다 돌았지요. 동주민센터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각 동마다 주요단체들도 있으니 하루에 8군데에 인사를 다닌 날도 있었습니다. 장애인 보호시설에서 간부 및 공무원들과 점심식사 배식을 하기도 했고 이웃돕기를 위한 김장담그기를 10번 이상 했지요.
개인적으로 기부한 구민들도 있었습니다. 남동구 무기계약직 환경미화원과 남동구 시설관리공단에서 계약직으로 주차단속원을 하고 있는 부부가 구청을 통해 불우이웃들에게 전달한 일이죠. 이전까지는 교회를 통해 기부했는데 이번 해에는 구청을 통해 하기로 마음을 바꾸셨다네요. 간석3동에서도 한 구민이 익명으로 500만원을 기부한 일도 있습니다. 어떤 급식 업체 사장님은 남동구가 결연맺고 있는 정선군에서 옥수수 1,200만원 어치를 사와 구청을 통해 지역아동센터 및 아동 시설에 기부했습니다. 8톤 트럭 한 대로 운반했으니 어마어마한 양이죠? 각 지역아동센터 및 아동 시설에서 한 때 옥수수 파티가 유행했다는 후문입니다.
이 모두가 훈훈한 소식이지요? 가만히 보면 열심히 봉사하고 기부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다른 한 편으로는 하고 싶어도 어떤 방식으로 해야할지 모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기부나 봉사의 통로와 판이 적은 거죠. 이럴 때 구청이 나서서 그 통로를 만들어 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또, 명절이나 연말연시에 하는 것도 좋지만 일상적, 지속적으로 후원하고 봉사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찾아가는 복지서비스’로 공급자 중심에서 수급자 중심으로


그래서 남동구의 올해 최대의 목표를 ‘복지전달체계의 구축’으로 정했습니다. 신년사에서도 첫 번째로 강조했죠. 이는 복지가 전 부서, 전 직원의 문제임을 의미합니다. 최근, 복지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죠. 중앙정부도 사회복지직을 연차적으로 7,000명을 신규채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죠. 그리고 사회복지연계를 할 수 있는 사회복지 전담팀이나 과를 만들라는 국무총리실, 행안부, 보건복지부의 전달사항도 있었습니다.
이런 노력을 우리 구는 이미 작년부터 모색·실행하고 있는 중입니다. 일단, 올해에 사회복지직원을 15명 신규채용하기로 했습니다. 복지관련 과를 신설하기로도 했고요. 그 밑에 복지연계팀, 사례관리팀, 자활주거팀 등 3개팀을 만들어서 2월에 관련 조례를 통과시키면 바로 과가 신설되게 했습니다. 구청 내 1과 3팀으로만 될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각 동마다 동 복지위원회를 25명 이내로 구성할 계획입니다. 그래서 찾아가는 방문상담서비스도 하고 복지사각지대가 발견되면 동 차원에서 관리하게 됩니다.
기존의 복지는 수급자 중심이 아니라 공급자 중심이었습니다. 말하자면 찾아가는 서비스가 아니라 찾아오는 주민들의 요구를 들어주기에 급급했다는 겁니다. 생각해보면 찾아오는 주민들은 그나마 거동이 가능한 사람들입니다.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은 지원받을 수 있는 부분이 있어도 못 받는 거죠.
작년 상반기에 ‘찾아가는 복지상담서비스를 하자’고 했더니 각 동에 있는 사회복지직원들은 물론 구청에 있는 간부, 공무원들도 ‘힘들다’고 하더군요. 사회통합복지서비스망을 만들어 구본청과 동직원들 간의 업무를 나눴는데도 ‘행정업무가 많은데 인력은 부족해서 찾아오는 사람들 상담하기도 힘들다’고 하더랬습니다. 그것이 정말 불가능한지 만수1동에 있는 사회복지직원이 시범적으로 한 달 동안 찾아가는 복지상담서비스를 하도록 해보았습니다. ‘가능하다’는 것이 결론이었습니다.
그 직원이 방문한 가정 중 서류상으로는 자식이 있어 어떠한 지원도 받을 수 없는 노인이 있었답니다. 실제로는 자식으로부터 버림받은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죠. 거동이 불편해서 일을 할 수도 없고 동주민센터를 찾아 상담받기도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이 직원이 이분께 도움을 줄 수 있는 시민사회단체와 연결을 해줬다고 합니다. 이후로 그런 단체들로부터 반찬도 무료로 받으시고 젊은이들이 때때로 찾아가 그나마 생활의 활력소를 찾으셨다고 합니다. 이런 소식을 전한 그 사회복지직원이 “찾아가는 복지상담서비스를 하니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 보람을 느꼈다.”고 소감을 말하더라고요.
이렇게 해 본 결과, 남는 문제는 행정업무의 부담이나 인력부족이 아니라 사고의 전환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구내 전체 사회복지직원 50명과의 자리를 만들어 ‘해보니까 되더라’는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그들에게는 찾아가는 방문상담서비스에 대한 두려움이 있더군요. ‘업무부담 등 해소해 달라는 지점은 해소해 줄테니 한번 해보자’고 했습니다. 그렇게 작년 하반기 6개월 동안을 했네요. 그렇게 하니 사회복지직원들이 ‘몸은 힘들어도 보람이 있다. 주민복지로 개선할 수 있는 것, 지원할 수 있는 여러 방안도 보이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감’이 오기 시작했다는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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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사1결연사업으로 복지의 통로를 만들다


여기까지가 구청과 각 동주민센터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이 밖에도 지원의 손길이 필요한 복지사각지대가 많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1사1결연사업’입니다. 남동공단에는 6,000여 개의 사업체가 있습니다. 공단 밖의 1,000여 곳과 합치면 남동구에는 7,000여 개의 사업체가 있는 거죠. 이 업체들의 사장님들을 만날 때마다 ‘결연사업을 해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을 하면 모두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그만큼 봉사와 후원을 하고 싶은 마음은 많이 있는데 통로가 부족했다는 얘기겠죠. 이 기금을 갖고 차상위계층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우리구에는 그룹홈(Group Home)이라는 곳이 두 개소 있습니다. 집안 사정이 어려운 아이들을 시설장과 사회복지사가 한 집에 살며 돌봐주는 곳이죠. 나도 가끔 방문해서 아이들이 잘 크고 있는지 돌아보는데요. 뇌병변을 앓고 있던 초등학교 6학년 짜리 여자아이가 1년 사이에 키도 많이 크고 살이 올랐더라고요. 작년에 봤을 때는 유치원생으로 보일 정도로 마르고 작았었는데 말이죠. 의료기관에서 정기적으로 영양제를 주기도 하고 시설장과 사회복지사로부터 안정적인 돌봄을 받다보니 몸이 많이 튼튼해졌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시설에 있는 아이들과 남동구의 사업체들을 연결해주면 더 나은 환경을 조성할 수 있지 않을까요? 목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후원금으로만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회사 야유회와 시설 소풍을 함께 가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주민 복지, ‘무조건’ 해야


지난 연말에 ‘대한노인회 남동구지회’로부터 감사패를 받았습니다. 당선 직후 “출세한 자식이 어버이를 제일 먼저 찾아뵙는 마음으로 인사왔다”며 첫 번째로 인사드린 곳이라고 작년 9월호에 싣기도 했죠. 당선 이후에 어르신들을 향한 구지원비를 대폭 늘렸습니다. 전국 지자체 중 뒤에서 몇 번째하던 지원을 늘려 각 노인정마다 에어컨이나 냉장고 같은 물품을 바꿔드리기도 하고 여러 가지 취미, 치료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효도카드제’라는 것도 했죠. 어르신들이 생활하시는 데 필요한 이미용실, 목욕탕, 안경점 등 7개종 업소를 동마다 평균 30~40개 정도 선정해서 그곳을 이용하시는 65세 이상 어르신들은 10~30%까지 할인해 주는 제도입니다. 그런 업소에는 ‘효도카드제 업소’라는 간판을 따로 달아주고요. 이런 업소에는 연말에 구청에서 쓰레기봉투를 지원해 줍니다.
‘이런 어르신들을 향한 복지사업을 많이 해서 감사패를 주셨나보다’라고 생각은 하지만 마음 한 구석이 짠해지기도 합니다. 별 것 아닌데, 이런 일로 감사패까지 주시다니요. ‘그동안 얼마나 소외를 당했으면 이런 작은 관심에도 큰 상을 주실까?’라는 생각입니다.
작은 관심, 작은 일들에 주민들은 더 감동하는 것 같습니다. 태양이 세상을 골고루 비추듯이, 혹시 그 태양이 비춰지지 않는 곳이 있다면 그곳에도 볕이 들도록 노력하고 실행하는 한 해를 만들겠습니다. ‘무조건, 무조건이야~’라는 노랫말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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