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10년, ‘잃어버린 10년’ 될까

[38호]

남북관계 악화 ‘부글부글’, 남북 경협 성과 ‘부들부들’ [열쇳말로 이북 열기]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이 기사를 프린트하기 이 기사를 트위터로 보내기
2010.08.10 13:17:45

한국 정부는 지난 5월, 천안함 사고 원인 조사 결과를 발표한 직후 북한에 대해 교역 및 교류 중단을 선언했다. 직접적으로는 단순물자교역과 대북 위탁가공교역이 중단되었다. 아울러 지난 2008년 7월 관광객 피격사건 직후 중단되었던 금강산 관광사업도 당분간 재개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제 남북경협에서 남은 것은 개성공단뿐인데, 그조차 위태로운 상황이다. 존폐의 기로에 놓인 개성공단의 10년의 역사를 더듬어 보자.     

 

개성공단광고.jpg

개성공단 사업은 개성직할시 및 판문군  평화리 일대에 총 2,000만평 규모의 공업단지 및 배후도시를 개발하는 것이다. 사진은 개성공단 투자설명회 광고

 

남북 ‘청운의 꿈’. 개성공단
개성공단 사업은 현대그룹의 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대북 역점사업의 하나로 구상해 온 서해안공단개발계획이 구체화된 것이다. 직접적으로는 故 정회장이 1998년 12월과 1999년 2월 북한을 방문해 북한에 대해 800만평 규모의 서해안공단개발계획을 제시하고, 북한이 이에 호응함으로써 논의가 시작되었다. 공단 후보지 선정 과정에서 현대는 당초 해주를 제안했는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신의주를 제시함으로써 이견을 보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후 남북정상회담(2000.6) 이후 남북관계가 급속하게 호전되면서 현대의 故 정몽헌 회장 등이 방북하여 김정일 위원장과의 면담(2000.8)을 통해 개성지역에 대규모 공단 건설에 합의했다. 이로써 공단 조성사업 구상이 실체를 띠게 되었다.
개성공단 사업은 개성직할시 및 판문군 평화리 일대에 총 2,000만평(65.7㎢) 규모의 공업단지 및 배후도시를 개발하는 것이다. 개성공단은 주로 남한의 기업이 개성이라는 북한 땅에 들어가 북한 사람들을 고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공업단지이다. 개발사업 방식은 개발사업자가 북한 측으로부터 토지 이용권을 50년 이상 임차하고 각종 사업권을 확보하여, 토지를 개발하고 투자환경을 조성한 후 국내외 기업에게 분양하는 방식이다.
이 지역은 평양에서 약 160㎞, 서울에서 약 70㎞ 떨어진 지역에 자리 잡고 있으며 전체 개발면적 2,000만평 중 가운데 공업단지는 800만평, 배후도시는 1,200만평으로 예정되어 있다. 이 중 공업단지는 규모 100만평, 200만평, 500만평의 3단계 개발계획이 수립되어 있는데 현재 1단계 100만평에 대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당초에는 원대한 개발의 청사진이 있었다. 3단계 사업까지 완공되면 총 2,000개의 기업이 입주해, 총 35만 명의 인력을 고용하고, 연간 160억 달러를 생산하는 대규모 공단 및 배후도시가 탄생하는 것이었다. 공단지역은 1단계(100만 평)의 경우, 노동집약적 중소기업 공단으로 개발하고, 2단계(150만 평)는 수도권과 연계된 산업단지로서 서울의 금융시장, 인천의 물류 등과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세계적인 수출기지로 육성할 구상이었다. 그리고 3단계(350만 평)는 중화학공업과 첨단산업 분야의 유망업종을 유치해 복합공업단지를 조성하고, 특히 다국적 기업을 유치해 동북아 경제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청사진을 가지고 있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개성공단이 남북한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는 막대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한국은행에서는 개성공단 조성이 완료되어 공단 전체가 가동되는 9년차가 되면 직접효과 기준으로 남한경제에는 연간 부가가치 24.4조 원과 일자리 10.4 만 개가 창출되고 북한경제에는 연간 총수입 6억 달러와 일자리 72.5 만 개가 창출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개성공단은 남북한 모두가 이득을 보게 되는 대규모 상생(win-win)의 협력 사업이 되리라는 것에 이견을 제시할 사람은 적었다.


한반도 정세에 따라 사업도 ‘흔들흔들’
개성공단은 그동안 사업의 추진과정에서 이런저런 난관에 봉착했고, 적지 않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사업 초기에는 개발사업자인 현대아산의 자금난으로 인해 차질을 빚기도 했고, 각종 투자조건을 둘러싸고 남측과 북측이 실랑이를 벌이면서 사업 진행이 지연되기도 했다. 한반도 정세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특히 북한이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고 핵실험을 단행했던 2006년에는 용지 분양이 연기되고, 입주를 연기하거나 포기하는 기업들도 나타났다.   
가장 큰 난관은 2008년 이후에 등장했다. 북한은 2008년 가을 이후 개성공단 사업에 대해 일련의 압박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북한이 남한 정부에 압력을 가하기 위해 개성공단을 이용했던 것이다. 우선 2008년 12월부터 육로통행 횟수와 출입가능 인원수에 대한 대폭적인 감축 조치를 취했다. 이어 2009년 3월, 키 리졸브 훈련 기간 동안에는 세 차례에 걸쳐 예고도 없이 통행제한 및 차단 조치를 실시했다. 3월말에는 현대아산 직원을 억류했다. 또 4월부터 6월까지 임금, 토지임대료 등 기존의 계약조건에 대해 재검토 선언 → 기존 법규 및 계약의 무효 선언 → 새로운 계약조건 제시로 그 수위를 점차 높였다. 이에 따라 개성공단 사업은 위축되고 입주기업들의 피해도 속출했다. 가장 큰 타격은 바이어들의 이탈 및 주문 감소이며, 협력업체가 원자재 납품을 유보하는 사례도 증가했었다. 다만 북측의 이러한 압박조치는 2009년 8월부터 해소되었다.
그러다가 올해 천안함 사건 이후 남한의 경제 제재조치에 북한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남한이 대북심리전을 재개하면 개성공단 폐쇄도 불사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남한 내부에서도 북한에 대한 제재 차원에서 개성공단 폐쇄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0060517.jpg

개성공단 진출기업과 협력사간 상생협력 MOU체결식

 

남북 상생의 경협 모델,
경제, 사회적 시너지 창출해
개성공단 사업은 그동안 적지 않은 난관과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착실히 진행되어 왔다.  2000년 8월, 현대와 북측의 사업 합의서 체결로 막이 오른 후 2003년 6월에 공단착공식을 갖고, 2004년 4월부터 공단의 부지 조성 공사에 들어갔다. 2006년에는 부지조성공사를 끝냈고, 2007년 10월에는 1단계 사업 준공식을 개최했다. 이로써 단지조성을 비롯해 도로, 상하수도 그리고 전력, 용수, 통신, 정배수장, 폐수종말처리장, 폐기물매립시설 등 모든 기반시설을 완비하게 되었다. 공장용지에 대한 분양은 2004년부터 2007년까지 3차례에 걸쳐 실시, 총 222개 업체에게 분양되었다. 아파트형공장의 존재를 고려하면 입주 예정 기업은 300여 개로 늘어난다. 올 5월말 현재 이들 300여 개 기업 가운데 121개사가 입주해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상태이다.
몇 가지 통계를 보면 개성공단 사업의 발전상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입주한 기업은 2005년 18개사에서 2009년 118개사로 늘었고, 북측 노동자수는 같은 기간 7,621명에서 42,561명으로, 연간생산액은 같은 기간 1,491만 달러에서25,468만 달러로 크게 늘었다.
개성공단 사업은 그동안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최대의 성과는 명실상부한 남북 상생의 경협 모델 창출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남북경협 20년의 역사에서 최대 약점 중 하나는 ‘성공한 모델’이 없다는 점이었다. 여기에 개성공단 1단계 개발의 성공은 제2, 제3의 공단 개발, 즉 특구 형태의 남북경협이 확대될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개성공단의 기본 개념은 남북한이 각각 비교우위가 있는 생산요소를 결합하는 것, 즉 남한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노동과 토지를 결합시켜서 새로운 비교우위(연계비교우위)를 창출해 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남북한의 참여자 모두 실질적인 경제적 이득을 얻게 되는, 말 그대로 상생(win-win)이자 호혜적인 경제프로젝트이다. 남한 경제의 입장에서 가장 큰 이익은 빈사상태에 놓여 있는 국내 한계 중소기업에게 새로운 활로를 제공한다는 것이고, 북한 경제의 입장에서는 무엇보다도 경제회생에 필요한 재원을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경제외적으로도 다양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첫째, 남북관계 개선, 발전 및 한반도 평화 정착에 대한 기여이다. 공단 건설 및 운영과정에서 대규모의 인적 왕래, 접촉이 이루어지면서 한반도 긴장이 실질적으로 완화되는 효과가 있다. 둘째, 북한의 개혁·개방 촉진이다. 북한은 개성공단 사업의 추진과정에서 시장경제 메커니즘을 학습하고, 대외개방의 노하우를 습득하는 효과가 있다. 셋째, 남북한 군사적 긴장 완화이다. 개성공단은 군사 요충지를 남북 경제협력지역으로 변화시킴으로써 군사적 긴장을 크게 완화시키는데 기여했다. 공단조성을 위해 개성지역에 있던 주요 군사시설들을 후방으로 이동배치한 것은 MDL(한반도 군사분계선)을 10km 북쪽으로 이동한 효과가 있다. 넷째, 북한 주민들의 대남 인식 개선이다. 개성공단사업은 직간접적으로 개성지역 주민들의 생활여건 및 복지후생 증대에 크게 기여함에 따라 주민들의 대남의식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개성 지역 주민들은 남한 경제의 실상, 남한의 경제력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관찰, 체험함으로써 남한에 대한 동경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많은 남측 노동자들이 입을 모은다.

 

개성공단의 미래
개성공단 폐쇄는 지난 2008년부터 거론돼 왔다. 주로 북측이 남측에 대한 압박 차원에서 개성공단 폐쇄 가능성을 거론했지만 남한 내부에서도 공단 폐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공단 폐쇄의 파급효과가 결코 만만치 않고, 더욱이 폐쇄 결정을 내린 쪽이 그 부담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최근의 움직임은 일종의 역 치킨 게임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닫으려면 당신네가 닫으시오”라는 식이다.
그럼에도 현재 남북관계를 보면 폐쇄의 가능성은 아직도 열려 있다. 만에 하나 개성공단이 폐쇄된다면 남북한 공히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입게 된다. 남한은 지금까지 투자한 돈을 다 날려버리게 되고, 북한은 연간 4천만 달러 안팎의 현금수입 손실 및 4만 명 근로자의 실직에 봉착하게 된다. 개성공단을 만들 때 그렸던 청사진은 물거품이 된다.
더 큰 문제는 경제외적 문제이다. 개성공단 폐쇄는 남북관계의 파탄을 의미한다. 남북관계는 대결과 반목이 주된 기류를 형성했던 수십 년 전으로 후퇴하게 된다. 
공단이 폐쇄되지는 않는다고 해도 지금과 같은 남북관계 경색이 지속된다고 하면 입주기업들의 고통은 더 커질 수 있다. 북측이 지난 2008~2009년도와 같이 통행 제한 및 차단과 같은 압박조치를 취하게 되면 바이어들이 이탈하고, 생산이 위축될 우려도 있다. 개성공단에서 철수하는 기업들이 속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남과 북이 보다 차분히 문제를 풀어갈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동시에 개성공단 사업의 의미와 필요성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초당적 지지를 결집시키는 노력이 새삼스럽게, 그러나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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